11살에 부모님께서 교통사고로
함께 저세상으로 가셨습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사치르고,
형제도 없는 탓에 결혼도 하지 않은
삼촌이 저를 거둬서 키워주셨고,
저 중학교 1년되던 해에
삼촌이 장가를 가시면서
제 거처가 문제가 되었었지만,
숙모가 정말 천사같으신 분이라
여태 저를 딸처럼 키워주셨습니다.
저와 숙모는 너무 죽이 잘 맞고,
제가 중2 되던 해에 임신하셔서
고등학교 시절엔 동생이 생긴 것도 너무 좋았죠.
저의 양육비라던가 대학자금 결혼자금 등은
전부 저희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돈으로
충분했다고 삼촌이 그러셨고,
제가 결혼을 한다고 나섰던 작년 5월,
삼촌이 제게 결혼 준비하기엔 모자를지도 모르지만
너희 부모님 목숨값이라며
제게 2억원이 들어있는 통장을 주셨어요.
그걸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삼촌은 그간 저희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돈엔
손도 대지 않으셨던거죠.
오로지 삼촌 내외분께서 저를 거두신거였습니다.
큼직큼직한 돈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도와주셨고,
외가에서도 도와주셨다고
삼촌께서 말씀 해주시더군요.
제가 금수도 아니고,
어떻게 그 돈을 다 가져오나요.
제가 그동안 모아놓은 돈만으로
결혼 자금은 충분하니,
이 돈은 삼촌께서 지니고 계셨다가
나중에 정말 저에게 큰일이 생기면
정말 자식이다 생각하고 저를 위해 써달라고
맡겨놓은 상태로 결혼을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결혼을 하기 전까지의 제 상황이었고,
이제 지금의 상황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올해 서른 넷이며,
세살많은 직장 동기와 약 2년간 연애를 했고,
결혼했습니다.
연차는 같아도 저는 경력직이고 신랑은 신입이라
입사동기라고는 해도 제가 선임이나 마찬가지죠.
물론 연봉도 약 20%정도 차이나고요.
(저는 꾸준히 10%씩 연봉인상을 해온 반면
신랑은 두번이나 C등급을 받아서
4%정도 밖에 인상을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봉차이가 꽤 납니다.)
제가 이 회사에 이직을 한 나이가 27살이었고,
신랑은 서른이었는데 신입이었습니다.
임용을 준비하다가 입사를 하게 되었다고 했었죠.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신랑은 계속해서 결혼을 이야기해왔고,
저도 이젠 삼촌에게 짐을 덜어드리고
결혼을 해 내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생각이 들 즈음
서로의 재정상태를 오픈했는데,
저는 당시 모아놓은 돈이 7000만원이었던 반면,
신랑은 1500만원이었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8500만원으로는
서울하늘아늘에 전세는 꿈도 못꾸고,
반전세를 살아야하거나
혹은 대출을 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게 남겨진 유산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돈은 제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모은 돈을 기본으로
대출을 받아 전세를 얻기로 합의를 보고
신랑은 혼수비용과 신혼여행
그리고 웨딩비용을 감당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웨딩자체를 스몰웨딩으로 진행했습니다.)
더구나 시댁에서는
일절 받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저희가 허례허식을 생략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기도 했거니와
제가 받으면 으례 삼촌과 숙모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으실 걸 알았기 때문에
흔한 금반지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희가 연애때 끼던 커플링을 세팅만 바꿔서
결혼반지로 나누어끼웠습니다.
결혼 얼마전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신랑은 다정다감한 사람이고,
집안일을 저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이라
저희의 역할분담은 꽤 잘되고 있었고,
신랑도 저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습니다.
시댁은 가끔 저의 속을 뒤집어놓긴 했지만
(본데없이 자랐다는 말씀을 종종 하십니다.)
저는 무시가 가능한 성격이고,
신랑이 알아서 철벽방어를 해줬기에
여기까지 무난히 잘 참아왔습니다.
그런데 약 한달 전 제 생일을 기점으로
신랑이 변한 것을 느꼈습니다.
올해 진급심사에서 신랑은 떨어지고
저는 과장으로 진급을 해서
신랑이 의기소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 생일을 기점으로 퇴근도 같이 하지 않고,
자꾸 술약속을 잡고 늦게 들어오며
술을 마셨다는 핑계로 작은 방으로 들어가
따로 잠을 자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저는 시누에게서 전화를 받고서야
신랑이 변한 이유를 알았고,
저와의 대화를 아예 차단한 체
시댁에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은 신랑을
신임할 수 없다 판단해
이혼하자 이야기를 했는데,
신랑에게 돌아온 첫 마디가
"고아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이혼을 운운해.
엄마 말이 맞아. 본데 없이 자란 사람이라
이혼도 우습게 생각하는거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엄청난 비밀을 갖고
나랑 결혼한거고? 내가 우습지?"
라는 말이었습니다.
신랑이 변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대충하자면
제 생일, 신랑은 대전으로 출장을 간 상태였기 때문에
혼자 집에서 생일을 보낼 것이 안타까워
삼촌내외께서 절 집으로 부르셨습니다.
조촐하게 파티를 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생 용돈도 두둑히 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숙모께서
동생에게 준 용돈을
제가 드렸던 통장에 이체해놓으시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 제게 전송하셨더군요.
너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마음만 받는다.
이 돈도 너의 노후를 위해 이렇게
내 마음과 함께 이곳에 보관하겠다.
뭐 이런 간단한 인삿말과 함께요.
너무 감사했고, 왜 그러셨냐,
그돈은 내 돈이 아니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나는 그 돈을 내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숙모께서 차라리 대출금을 이돈으로 해결해라.
뭐 이런 말씀을 더 하셨으나,
제가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내용의 카톡을
신랑이 본 모양이었습니다.
그 뒤로 저에 대한 모든 말이 거짓으로 들리고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이자를 물며 이렇게 좁아터진 집에서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한참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시누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시누는
제게 득달같이 전화해
결혼을 했으면 넌 이집 식구다
왜 삼촌내외에게 니 부모 목숨값을 주고 오냐,
넌 대체 상식이 있냐 없냐,
앞으로 너를 건사할 사람은 내동생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릴 해대길래,
내 신랑과 나는 서로 합의하에 결혼을 했고,
동등한 관계에서 시작한 관계이며,
나는 충분히 내 밥벌이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하나서부터 열까지 모두 돈이었고,
대학학비 학원비 과외비
어디 모자랄 것 없이 모두 삼촌내외께서 해주셨다.
당연히 드려야할 돈이고,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욕심을 내지 않는 내 부모의 목숨값을
왜 남편과 시누가 욕심을 내는지 모르겠다.
라고 하니
넌 또라이라는 말만 하고 끊었었습니다.
그리고 퇴근해 돌아온 신랑을 붙들고 한소리 했더니
절더러 고아는 이혼할 소리도 못한다고 하네요..
물론 결혼전에 큰 돈이 생긴 것에 대한 것과
그 돈을 삼촌내외에게 드린 부분에 대해서
신랑에게 오픈하지 않은 것은
잘못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그 돈은 신랑과는 무관한 돈이고
신랑을 알기 전부터 존재했던 돈이며,
그 돈이 있던 없던
우리는 현재 만족하는 삶을 살아왔고,
전혀 부족함이 없었는데
그 돈의 존재 유무에 의해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에
참 소름이 끼칩니다.
정말 고아인 저는
이혼을 운운할 자격도 없는 걸까요?
저보다 더 속상해하실 숙모를 생각하니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여러분께 현답을 구해봅니다.
제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걸까요?
출처 : http://pann.nate.com/talk/332428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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