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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감옥에 갇혔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추가] 어제 뉴스 기사 - 출처 : 뉴스핌

MBC 'PD수첩'에서는 지난 8월, 멕시코에서 온 한 통의 편지를 공개한다. 편지에는 멕시코 교도소에 당시 7개월 째 구속되어있는 한국인 양 모씨의 호소로 가득했다.

지난 해 11월, 양 씨는 결혼을 앞둔 여동생을 만나고, 본업인 애견 사업의 확장을 위해 멕시코에 갔다. 그러나 그녀는 지난 1월 16일 자정, 여동생의 예비남편이 운영하는 노래주점에서 긴급체포 되었다. 혐의는 인신매매법 위반. 죄가 인정될 경우 최소 90년 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는 왜 하루아침에 한국의 애견사업가에서 멕시코 한인 인신매매범으로 몰리게 된 것일까? 'PD수첩'이 국내 언론사 최초로 멕시코 현지로 가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보았다.

■ 9개월 째 수감 중인 한인 여성, 그녀는 왜 체포되었나?

멕시코 산타마르타 여성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양 씨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싸늘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좁은 공간. 그녀가 말하는 교도소 생활은 충격적이었다. 교도소 입소당시 신발이 없어 한동안 맨발로 다녔다는 양 씨는 교도소의 유일한 동양인으로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양 씨는 악몽 같은 교도소생활에 고통을 호소했다. 양 씨는 체포되었을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표했다. 

9개월 째 수감 중인 한인 여성 양 씨는 "검찰이 주장하는 증거 중에 제가 그걸 했다는 증거가 정말 하나도 없어요. 제가 너무 갑갑한 게 (제가 인신매매범이라는 증거가) 하나도 없고요. (중략) 그냥 여기 있는 게 너무 악몽 같고 꿈같아요"라고 말했다.

양 씨는 진짜 멕시코 검찰의 주장대로 인신매매를 했을까? 그에게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진술한 종업원들을 수소문 끝에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한명인 김영주(가명)씨는 노래주점에서 일하던 중, 복면과 총기로 무장한 멕시코 검찰수사관의 등장에 마치 ‘떼강도’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연행되었을 당시에 멕시코 검찰 수사관들은 진술서의 서명을 종용하는 등 강압적인 행위와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당시 멕시코 검찰 수사관이 양 씨를 인신매매범으로 체포한 것은 익명의 ABC라는 여성의 최초 제보자 때문이었다. ABC라는 여성은 양 씨에 의해 5명의 한인여성과 자신이 성적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고소했다. 그러나 선거위원회와 국가 인구위원회 등 신원을 조회한 결과, ABC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었다. 

■ 재외국민은 어디서 도움 받아야 하나? 

국민이 해외에 나가서 사건‧사고나 범죄에 휘말리게 되면 현지 대사관 경찰영사에 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해당 경찰영사의 도움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한 찬반이 일었다. 당시 연행되었던 한인여성들과 양 씨는 경찰영사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양 씨는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수감되는 이유도 교도소에 온 지 3주 뒤에 여동생에게 들었다고 말하며, 경찰영사에게 수감직전까지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영사는 자신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씨와 경찰영사의 엇갈리는 주장 중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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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왜 멕시코 사법당국에 체포돼 교도소에 수감된 것일까사건의 발단이 된 8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한국에서 애견사업을 하던 양현정씨는 지난해 1122일 결혼을 앞둔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에 입국했다이곳에서 예정된 개인 일정을 소화한 양씨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동생 남자친구의 부탁을 받았다.

 

멕시코시티 후아레스구의 한인 룸 노래방인 W의 회계장부를 엑셀로 정리해 달라는 것이었다올해 116일 새벽 양씨가 장부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얼굴에 복면을 쓰고 기관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멕시코 경찰 50여 명이 들이닥쳤다이곳에서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은 것이다.


당시 가게 안에는 양씨 외에 한국인 여종업원 5명과 손님인 한인 남성 2그리고 멕시코인 3명 등 총 11명이 있었다경찰은 이들을 모두 검찰청으로 연행했다이중 여성 종업원들과 한인 남성 손님들은 조사 후 풀려났지만양씨와 현지인 남성 관리자는 구속됐다

 

현행 멕시코 성매매관리법은 성매매 관련 매수자와 매매자는 처벌하지 않고 성매매를 지시한 자만 처벌하도록 돼 있다며칠 후 멕시코 검찰은 인신매매 희생자 한국 국적의 여성 5인을 구출했다는 수사결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노래방인 W는 가라오케로 위장해 한국 마피아가 운영하는 매음굴로 표현됐다.


 

모든 범법행위를 주도한 주범으로 양씨가 지목됐다양씨는 강제 성매매와 감금 혐의로 구속돼 산타 마리아 아카티틀라에 수감됐다. <엑시시오르등 현지 유력 언론들은 검찰이 성착취 여성들을 구출했다며 대서 특필됐다양씨와 멕시코인 관리자의 눈만 가린 사진을 내보내기도 했다양씨는 하루아침에 이국땅에서 한인 마피아의 거물급 조직원으로 둔갑됐다.

 

현지 대사관 경찰 영사와 책임 공방

 

그러나 멕시코 검찰의 수사 과정에는 강압이 있었다멕시코 검찰이 양씨를 구속한 것은 한국인 여종업원 5명의 진술서에 근거한 것이다그런데 그 내용은 이들이 진술한 것과 전혀 다른 것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현지어를 모르던 여성들은 검찰이 내민 스페인어로 된 진술서의 내용을 손님으로 연행된 한국인 박 아무개씨를 통해 파악했다.

 

여기에는 인신매매구금감시매춘성착취 등 사실과 다른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구체적으로는 양씨와 멕시코 관리자가 한인 여성들을 강제로 구금하고 성매매를 시켰으며 화대를 갈취했다는 내용이었다. 5명의 여성들은 허위 진술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그러자 멕시코 검찰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진술을 핑계로 30여 시간 동안 잠도 재우지 않았다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하며 죽일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속옷을 갈아입는 여성들의 방문을 남성 수사관이 불시에 열어젖히고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여성들이 서명을 거부하자 물을 주지 않았고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도 금지시켰다멕시코 검찰이 서명을 받기 위해 인권유린을 자행했다는 것은 양씨를 포함한 한국 여성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현지 교민 등에 따르면 멕시코에 한인 마피아는 없다멕시코 검찰이 성착취를 당한 피해자라고 지칭한 여성들은 카카오톡 등 휴대전화 메신저 등으로 한국의 지인이나 외부인들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했고인근 한국의 식당 등의 CCTV에는 이들 여성들이 시간에 관계없이 식사하고 거리를 돌아다닌 것이 촬영됐고교민들 다수가 이들을 알거나 봤다고 말한다.

 

한국 여성들이 끝까지 서명을 거부하자 멕시코 검찰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이미 작성된 1차 조서에 서명하고 잘못된 부분은 추가로 작성해서 그 조서(1)에 첨부하는 식으로 하자고 했다그리고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은근한 협박을 했다즉 5분의 시간을 준다며 그 조건을 수용하고 서명한 다음 보강 진술 후 석방되던지 아니면 위증죄로 일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현지어와 법체계를 전혀 몰랐던 한국 여성들에게 믿을 수 있는 것은 한국대사관 뿐이었다만 하루가 지난 후 이 아무개 영사(총경)가 통역을 데리고 검찰청을 찾아왔다멕시코 검찰의 제안을 받은 한국인 여성들은 의심을 풀지 않았다서명과 동시에 석방될 수 있었지만자신들은 매춘부가 돼야 하고양씨는 구속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영사에게 멕시코 검찰의 제안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약속해 달라고 했다그러나 영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한국 여종업원 5명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조서에 사인했다이 대목에서 양씨 등 한국 여성들과 이 영사의 얘기가 달라진다.

 

양씨는 옥중서신에서 영사님이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강요해서 한국여성 5명을 매춘부로 만들고저를 인신매매 알선이라는 강력 범죄자로 만들었다며 경찰 영사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당시 한국 여성 중 한 명이었던 정 아무개씨도 이 영사가 진술서는 다시 쓰면 되니 우선 서명하면 된다고 했고이 말을 믿고 서명했다고 말한다정씨가 21일 대통령외무부장관경찰청장 앞으로 낸 탄원서를 보면 좀 더 구체적이다

 

정씨는 언어 하나 통하지 않는 나라에 36시간 이상을 감금당했고더더욱 억울한 건 제가 하지도 않은 성매매 및 매춘을 했다는 그들이 만든 허위진술서에 서명을 강요당했다는 것이라며 한 가닥 희망이라고 믿고 있었던 영사님이 오셨고 당연히 대한민국 자국민을 위해 오신 줄 알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영사님마저 저희에게 서명을 강요했다고 적고 있다.

 

그는 또 영사님이 저희랑 한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서명한 진술서는 그대로 판사님에게 넘어갔다이로 인해 저와 제 친구들은 매춘 아닌 매춘부가 되었고양씨는 어이없게 악덕 포주가 되어 구치소에 수감 중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 영사가 자국민 보다는 오히려 멕시코 검찰을 도운 것이 된다멕시코 한인사회에서도 교민과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야 할 영사가 무성의로 일관했다며 성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지에서 30년 이상 물류사업을 하고 있다는 홍금판 판 트랜드’ 대표는 <아시아엔>에 기고한 글에서 양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원인을 경찰 영사의 무능과 무성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결국 경찰 영사의 1차조서 서명 보증이 양씨가 구속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 영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한다그가 멕시코 현지 한인 언론사인 <엘코레아노>에 밝힌 입장을 보면 서명을 강요했다는 말은 사실 무근이며 대한민국 영사가 국민에게 서명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다만검사가 1차 진술을 빨리 마무리해야 하고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2차 진술을 받아줄 것이라고 영사 앞에서 약속한 것이기에 믿어도 된다고 말한 것이다영사는 주재국의 사법기관 앞에서 서명을 하라는 직권 발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그러한 권한도 없고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해도 그에 대한 책임질 능력도 없는 자리다라고 해명했다.

 

 

이 영사는 자신이 멕시코 검찰청에 갔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제가 도착했을 때 끌려온 양씨가 수갑을 차고 있었다수갑을 좀 풀어달라고 요청해 수갑을 풀고 조사를 받도록 했다물론 그 다음엔 통역 이외엔 영사인 저도 말은 물론 제대로 운신도 못하게 할 정도로 분위기는 삼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씨 석방을 영사가 할 수 있는 조력을 다 했고지금도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렇다고 허위진술서에 의한 자국민 구속을 막지 못한 대사관의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양씨 하루빨리 가족에게 가고 싶다

 

지금은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양씨의 석방이 최우선 과제다현재 양씨는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허위 진술서에 서명함으로써 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이 됐기 때문이다지금은 본 재판을 기다리면서 우리의 헌법소원 이의제기에 해당하는 암파로(Amparo)를 진행하고 있다구속 적법성에 대한 심리를 통해 무죄나 혐의 없음이 나오면 곧바로 풀려나겠지만그렇지 않을 경우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양씨는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멕시코 법원의 인권침해 관련 양형기준에 따라 최대 105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양씨는 언제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그는 하루라도 빨리 제 진짜 직업과 이름 그리고 가족을 찾게 해 달라이 악몽에서 하루라도 빨리 깰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고국에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